5월 14, 2023

탄수화물 중독? 또 그 소리

개요

입버릇처럼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현대인이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당뇨, 비만 등 현대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 대부분이 탄수화물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로 현대인은 탄수화물 중독일까? '탄수화물 중독'에서, '탄수화물'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한국인이 자주 먹는 음식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배추김치다. 배추김치는 2008년 이후 2020년까지 계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008년에는 배추김치, 잡곡밥, 쌀밥, 커피 순이었던 다빈도 섭취 음식 순위가 2020년에는 배추김치, 커피, 쌀밥, 잡곡밥 순으로 바뀌었다. 순서가 살짝 바뀌었지만 쌀밥, 잡곡밥 등 밥을 가장 자주 먹는 건 변함이 없는 듯하다.

탄수화물 섭취량은 줄고 있다.

그럼 탄수화물 섭취량은 어떻게 변했을까? 밥을 자주 먹으니 탄수화물 섭취량도 늘어났을까?
멥쌀 섭취량은 2008년에 179.5g 이었는데 2020년에는 121.9g으로 약 32% 감소했다. 즉 밥을 자주 먹기는 하지만 먹는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다. 

[표 1: 국민영양통계 개요_2008년,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표 2: 국민영양통계 개요_2020년,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위 표에서 지난 12년 동안 동물성 식품 섭취량은 253g에서 348.7g으로 무려 37.8%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보면 식물성 식품 섭취 비율과대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은 2008년 80.51% 대 19.49%였던 것이 2020년에는 76.07% 대 23.93%로 바뀌었다. 식물성 식품 점유비는 줄었고 동물성 식품 점유비는 늘었다. 과연 현대인이 탄수화물 중독일까?
총탄수화물 섭취량을 보면, 2008년 293.4g에서 2020년에는 266.5g으로 약 9% 줄었다. 한국인이 자주 먹는 탄수화물인 밥 양도 줄었을 뿐더러 기타 모든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었다. 지난 12년 통계를 비교한 것이라서 이정도지, 30년 정도 통계치를 보면 총탄수화물 섭취량은 훨씬 더 줄었을 것이다.
현대인은 예전만큼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1인당 양곡 소비량은 최근 3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고 육류 소비량은 최근 10년 동안 약 42% 증가했다. 그 사이 당뇨병 유병률은 약 8% 증가했다. 밥 소비량과 총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었는데 당뇨병 유병률은 증가했다. 총 육류 소비량이 늘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적어도 당뇨병 발병 원인이 탄수화물 때문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육류 소비와 당뇨병 유병률은 비례한다는 것이다.
만약 가공 탄수화물을 제외한 통곡물, 채소, 과일 같은 진짜 탄수화물만 비교한다면 탄수화물이 가장 건강한 영양소라는 것이 더 확실해질 것이다.

과일 및 채소 섭취량 통계

한편 과일 및 채소 섭취량은 1998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약 18.5% 줄었다. 이 기간 동안 당뇨병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과연 과일이 당뇨병에 좋은지 나쁜지 한번 고민해 볼 시점이다. 나는 당뇨병 환자일수록 과일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별 성인 1인당 채소 및 과일 소비량

2017년 기준 국가별 채소 및 과일 소비량을 보면, 우리 나라는 전세계 대비 채소는 월등히 많이 먹는 반면, 과일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북한보다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162g은 주먹만 한 사과 한 개가 안 되는 수치다. 하루에 사과 한 개도 안 먹는다는 뜻이다. 과일을 많이 먹어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있을까?

탄수화물은 과연 비만의 주범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탄수화물을 더 먹고 단백질, 지방을 덜 먹어야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 장수촌은 대부분 탄수화물 위주 식사를 했다.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 사람은 섭취 에너지 중 탄수화물 비중이 약 85% 정도였다고 한다. 다른 나라 얘기를 할 것도 없이 수십 년 전 우리 나라는 고봉밥 위주로 약 70% 이상 탄수화물 식사를 했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날씬했다. 당장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나라 사람 탄수화물 섭취량은 꾸준히 줄고 있는데 비해 비만률은 증가 중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탄수화물이 주범은 아니라는 얘기다.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쓰는 이들이 있고 매스컴에서도 한국인을 탄수화물 중독으로 묘사하여 혼란을 주는 일이 빈번하다. 원인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탄수화물이란?

가공을 해서 자연에서 멀어진 것은 탄수화물이 아니다. 가공된 탄수화물은 가짜 탄수화물이다. 가공식품에 포함된 탄수화물이 나쁜 것을 건강한 탄수화물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을 빵순이라고 일컫는 이들이 있다. 자기는 빵을 너무 좋아하는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것인데 버터, 우유, 나트륨, 설탕, 계란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은 거의 없다. 이런 빵이 탄수화물 음식일까? 각종 첨가물 범벅인 빵을 탄수화물이라고 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다른 글에서 언급했지만 나는 탄수화물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이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냥 가공식품이지 탄수화물이 아니다.

1. 가공하지 않은 재료: 통곡물, 생과일, 생채소, 뿌리채소 등
2. 가공을 최소화 한 재료로 만든 음식: 찐고구마, 찐감자, 찐옥수수 등
3. 요리를 하지 않고 생으로 섭취할 수 있는 재료: 과일, 채소 등

저탄고지가 위험한 이유는 명백하다.

이런 통계에도 불구하고 저탄고지 옹호자는 모든 것은 탄수화물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다른 글에서 저탄고지가 당뇨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위 통계치를 보면 탄수화물이 비만이나 당뇨병 원인이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고지방, 고단백 음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사람은 탄수화물은 점점 덜 먹고, 동물성 식품은 더 먹는다. 이와 비례하여 비만과 당뇨병 발병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지방 식품과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는 저탄고지는 장차 당뇨병, 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방을 많이 먹고 탄수화물을 최대한 적게 먹는 것은 인체 대사를 거스르는 일이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마치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것과 같다. 도로에 다른 차가 없어서 사고가 안 났을 뿐이지 머지않아 대형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Featured post

저탄고지에서 벗어나기: 닥터쓰*의 거짓말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서 1961년부터 2011년까지 50년 동안 전 세계 식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를 했다.  그 중 우리나라 자료만 간략히 정리해 본다. 모든 자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혀둔다. 일일 섭취 칼로리 대폭 증가...

Popu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