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과 녹슨 벽돌이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와서 담이 되었다.
쪽빛 담쟁이넝쿨은 비단보다 부드러운 외투가 되었다.
분홍색 창틀로 곶감색 햇빛이 들어온다.
거실 바닥은 조개껍질이 널려 있는 모래밭이다.
할아버지 수염 같은 하얀 연기가 굴뚝을 오른다.
이런 동네처럼 예쁜 이야기다.
자음과 모음이 또각또각 걸어와서 소설이 됐다.
환갑을 바라보는 오베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으로 가기 위해 네 번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실패한다. 자살하려는 오베 할아버지가 너무 귀엽다.
오베 할아버지는 마치 동네 이장님 같다. 똥고집 이장님. 할아버지는 무뚝뚝한 듯 성마르다.
매일 아침 6시15분 전에 일어나서 매일 아침 동네 시찰을 나간다. 문을 잠그고 반드시 세 번 당겨본다. 모든 문은 잠그고 꼭 세 번 당겨본다.
할아버지는 순돌이아빠 같다. 못 고치는 게 없다. 하여 할아버지는 동네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내가 아이폰만 쓰듯, 할아버지는 사브만 탄다. 할아버지는 원칙주의자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늘, 많이 그리워한다.
할머니 무덤 묘비를 닦고 분홍색 꽃을 심는다. 시든 꽃은 버리고 다시 분홍색 꽃을 심는다.
겉은 잿빛 할아버지지만 마음은 분홍빛 어린아이 같다. 세월이 예쁜 마음은 흑백으로 바꾸지 못하나보다.
이웃집 가족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하는 할아버지다. 아이패드를 사러 가서 한바탕 난리를 치는 할아버지다.
아이패드는 잿빛 할아버지와 현대 어린아이를 잇는 상징 같은 것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한테 가기 전에 이란 출신 이웃집 여자에게 전 재산을 유산으로 남긴다. 할머니가 죽은 뒤 만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할아버지 동네에 새로 이사 온, 남편과 자식 둘이 있고 뱃속에 또 아기가 자라고 있는 이란 사람 여자다.
이웃에게 유산을 남기는 할아버지, 즉, 사회에 전 재산을 기부한 할아버지다.
시골 동네 이장님 같고 순돌이아빠 같은 오베 할아버지와 그가 사는 동네 이야기다.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다. 예쁘다.
오베 할아버지는 <<실천하는 사람과 말만 하는 사람을 구별했다. 오베는 점점 더 말을 줄이고 점점 더 실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