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나무가 있다면 그 뿌리는 갈등이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갈등은 생각이 다름에서 생긴다. 만인의 생각이 같으면 갈등은 없다. 만인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 한다면 갈등이 있을 리 없다. 만인의 표현이 같을 수 없다. 하여 다양한 의견 충돌은 필연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을 통해 상호 의견을 수렴하는 나라, 상대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다. 갈등이 없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만인의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되지 못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만인이 자유롭게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갈등은 특정 결과로 반드시 수렴되기 때문이다. 내 의견이 중요한 만큼 타인 의견도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런 자세로 토론에 임하면 된다.
오늘날 ‘그녀'로 인한 우리 사회의 ‘갈등'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생각이 다른데 그냥 아무 의견도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한단 말인가! 지난 대선에서 그녀는 승리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그녀는 패배했다. 영원한 권력은 없고 영원한 승리는 없다. 다양한 생각과 갈등이 그녀의 대선 승리와 또 정반대로 탄핵심판 인용으로 수렴됐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계급이 없는 사회지만, 상상의 계급은 존재한다. 그녀는 자신을 왕으로 생각한다. 국가를 자신 소유로 생각한다. 탄핵이 인용된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주인이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토론할 수가 없다. 토론할 수 없어서 설득할 수가 없다. 즉, 말과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
사람을 함부로 죽인 박정희, 전두환 등에 비한다면 그녀는 가장 나쁜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는 대통령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온전한 한 문장으로 스스로 말할 능력이 없는 대통령이었다. 그녀가 딱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는 이 나라의 왕이고 주인이다.’라는 것이다.
그녀는 생각 없는 대통령이었다. 이것이 그녀의 유일한 잘못이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 갈등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만인이 방관하더라도 딱 한 사람, 대통령은 방관해서는 안 된다. 생각이 있으면 방관할 수가 없다. 생각이 없기 때문에 방관한 것이다. 그녀는 세월호사건을 방관했고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모든 책무를 방관했다. 문제는 방관했다는 사실조차 스스로 인지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생각 많은 시민이 생각 없는 대통령을 쫓아낸 것이다.
만인의 생각이 수렴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너무 생각이 없어서 갈등이 생기는 희한한 이론을 창조한 그녀는, 자신 소유의 국가에서 이제 사라지게 됐다.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거대한 관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의 승리, 더 정확히 말해서 '시민 생각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사유와 사유가 충돌하면서 지속적으로 갈등이 생기지만 현명하게 수렴할 줄 아는 나라, 수렴된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줄 아는 나라, 만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나라, 만인이 만인을 생각해 주는 나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 다음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