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 치아 중에 멀쩡한 이가 몇 개 안 남았다.
때우고 씌우고 빼고…… 이제 박을 차례다. 그래서 오늘 두 개 박았다.
치과 문을 열려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먼저 문이 열린다. 깜짝이야! 이런 C……
카운터로 가서, 저 왔어요, 라고 낭창낭창하게 말했다. 하나도 안 무서운 것처럼 말한 것 같은데 상대가 그렇게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피식 웃는다. 가슴이 두근두근 합이 네 근이다.
기다린다. 들어오세요, 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 말인가, 누구 말인가, 정녕 나란 말인가. 도리가 없다.
앉았다. 눕힌다. 녹색 천이 온몸을 덮는다. 뭐야 이거. 피가 튀나? 다음에 한다고 할까, 에라 모르겠다.
찌른다. 얼얼하다. 얼굴에도 녹색 천이 덮힌다. 눈을 감았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폭탄주 원샷하듯 잽싸게 스친다. 후회가 밀려온다. 어금니로 술병 뚜껑을 따는 게 아니었는데…… 그간 마신 술 값에 비하면 오늘 수술비는 껌값이다. 위로가 된다.
슥슥슥 뭔가로 잇몸을 긁는 듯하다. 드릴 같은 게 새된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한다. 둔탁한 소리가 나는 드릴이 있고, 훨씬 조용하고 사뿐한 소리가 나는 드릴이 있다. 목공소에서 도는 게 아니다. 내 입 속에서 드릴이 돌고 있다.
이상하다. 괜찮네. 박고는 있는 건가? 의심이 들었다. 대략 20분 정도 지난 것 같다. 낚싯줄 같은 게 입술에 느껴진다. 끝났구나. 꿰매는 중이구나, 안도의 깊은 한숨이 나왔다.
임플란트! 아무 것도 아니다. 새벽까지 술 마시는 게 훨~~~~~~씬 힘들다.
임플란트 수술을 하루 앞둔 어제, 나보다 한두 달 전에 먼저 수술한 어떤 새끼(줄)이 카톡으로 이런 걸 보냈다. 독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