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우리 국민 80% 이상은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쓰는 데 관심이 없다. 90% 이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쓰겠다는 생각조차 없다.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어법, 띄어쓰기, 맞춤법 등에 맞게 쓴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어 철자가 틀리면 기겁을 한다. 타인이 작성한 문서에서 틀린 영어 철자를 발견하면 반드시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말, 우리글을 잘못 쓴 경우에는 대충 넘어간다. 언어 사대주의인지 모르겠다.
대학까지 마친 성인이 작성한 문서, 다수가 보기를 희망하여 온라인에 발행한 글 중에도 민망한 수준의 글이 많다.
어떤 글은 마치 구글번역기를 돌린 듯하여 우리말인 듯, 우리말 아닌, 우리말 같은 글도 자주 본다. 한국 사람이 쓴 글이 분명한데 외국인이 쓴 것 같은 글도 자주 본다. 한심한 노릇이다.
우리말, 우리글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의미가 통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글이나 중요한 문서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두 단어 이상은 띄어 쓰는 것이 대원칙이다. 국어사전에 있는 말은 한 단어다. 국어사전에 있는 말은 무조건 붙여 쓰면 되고 없는 말은 무조건 띄어 쓰면 된다.
예를 들어, ‘우리엄마’는 사전에 없다. 하여 ‘우리 엄마’로 띄어 써야 한다. 너무 쉽다. 이게 기본이다. ‘우리나라’는 사전에 있다. 하여 ‘우리나라’로 붙여 쓴다.
사전에 없어도 명백히 한 단어라면, 고유명사 같은, 각각 띄어 써야 한다. 띄어쓰기는 복잡하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별로 어렵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한 띄어쓰기 두 가지만 소개한다.
1. 한 두개 : ‘개’는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다. 하여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따라서 ‘한두 개’로 쓰는 것이 맞다. 예시에서는 '한 개'는 띄우고 ‘두개'는 붙였다. 당최 이해를 못 하겠다.
2. 홍길동이사님 : 누가 봐도 이 사람 이름은 ‘홍길동'이다. ‘홍길동이사님'이 이름이 아니다. 따라서 ‘홍길동 이사님’으로 띄어 써야 한다. 만약 이름이 ‘홍길동이사’라면 ‘홍길동이사 님’ 또는 ‘홍길동이사 이사님’으로 써야 한다.
사이시옷 : 간단한 원리만 알면 절대 틀리지 않는다.
1. 두 단어가 모인 합성어일 것
2. 뒤에 오는 단어가 반드시 된소리(경음)로 발음될 것
3. 한자 + 한자가 아닐 것. 즉, 고유어 + 고유어, 고유어 + 한자어, 한자어 + 고유어 등일 것
4. 위 3항의 예외 딱! 여섯 단어 : '세수하고 차 타', 각 단어 앞말을 따서 이렇게 외우면 된다.
- 貰房(셋방), 數子(숫자), 回數(횟수), 庫間(곳간), 車間(찻간), 退間(툇간)
위 규칙만 기억하면 절대 틀리지 않는다. 오잇국, 공깃밥, 이야깃거리, 막냇동생, 빗속, 만둣국, 고양잇과…명쾌하다.
우리 사무실 지하 식당가에 만둣집이 여럿 있는데 딱 한 곳만 ‘만둣집’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고 메뉴판에도 ‘만둣국’이라고 되어 있다. 난 그 집에만 간다. 너무 가탈스러운지 모르겠지만...
외래어(외국어) 표기법도 조금만 공부하면 된다. 큰 틀만 이해하면 충분하다. 외래어도 한글로 적을 때는 우리말이다.
외래어는 대충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되지 무슨 소리냐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chocolate’ 이라는 단어를 ‘초콜릿’, ‘쪼꼬레뜨’, ‘초컬맅’, ‘초컬레트’ 등으로 각기 다르게 쓴다면 이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가!
외래어 표기법 몇 가지만 소개한다.
1. manager : ‘매니저’라고 쓰는 것이 맞다. ‘매니져’로 쓰면 안 된다.
‘ㅈ’, ‘ㅊ’ 다음에는 이중모음을 쓰지 않는다. 이게 원칙이다. ‘매니저’와 ‘매니져’를 발음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다. ‘ㅈ’과 ‘ㅊ’ 다음에만 그렇다. ‘슈가(sugar)’와 ‘수가’는 분명하게 구별되지만 ‘주(zoo)’와 ‘쥬’, ‘매니저(manager)’와 ‘매니져’는 거의 구별이 안 된다. 따라서 굳이 불편하게 이중모음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벤져스’, ‘죠스바’, ‘비젼’ ‘텔레비젼’, ‘챤스’ 같은 표기가 내 눈에는 매우 불편하다.
2. 받침으로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 사용한다. 단순하게 쓰라는 얘기다.
good : ‘굳’이 아니고 ‘굿’이다.
market : ‘마켙’이 아니고 ‘마켓’이다.
kick : ‘킼’이 아니고 ‘킥’이다.
‘굳이어타이어’, ‘에쓰오일’ 같은 회사가 난 매우 불편하다.
우리말, 우리글을 정확하게 쓰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의식적 노력만 있어도 70% 이상은 제대로 쓸 수 있다. 영어사전은 수시로 찾아 보면서 우리말 사전은 1년에 몇 번이나 보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대한 책은 아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한 순간,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름 하나 없는 사각거리는 하얀 와이셔츠를 입었을 때 느끼는 기분, 그런 기분이 들도록 우리말, 우리글을 써야한다고 늘 생각한다.
여러 번 고쳤는데 위 글 중에 틀린 띄어쓰기, 틀린 맞춤법이 있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