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과 행복에 관해 생각해 보자면, 그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막연하기도 하고 두루뭉수리하기도 하다.
언뜻 쾌락이라고 하니,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여러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또한, 행복이라고 하니 ‘돈’, ‘물질’, ‘재산’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추상적 관념을 누구도 정확하게 개량화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자신의 행복지수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데, 에피쿠로스 철학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가끔 생각해 보지만 그 답은 언제나 ‘모르겠다’이다. 이유인즉,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인 듯하다. 스스로 행복에 대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일반 통념에 비추어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어디서부터 행복하다고 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지 누구도 정확한, 과학적 기준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이 좋아 ‘돈이 전부가 아니다.’ 라고 하지, 그 사실을 100%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미각의 쾌락을 빼앗고, 성적 쾌락을 빼앗고, 듣는 쾌락을 빼앗고, 또 아름다운 형태를 볼 때 일어나는 달콤한 감정들을 빼앗는다면, 나는 행복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피쿠로스하면, 우리는 언뜻 ‘쾌락’을 먼저 떠올릴지 모른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 철학의 시조다. 그가 말한 쾌락(pleasure)은 방탕한 환락이 아니라, 고통과 혼란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평정(아타락시아)를 의미한다.
그는 “쾌락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목표이다.”, 라고 했고, “모든 행복의 시작과 뿌리는 위(胃)의 쾌락이다.”, 라고도 했다. 그는 부유한 사람 후원으로 아테네에 행복 증진을 위한 철학학교를 열었고 남녀 모두에게 입학을 허락했으며, 함께 어울려 살면서 쾌락을 연구하도록 했다고 한다.
스토아학파인 디도티모스는 에피쿠로스가 술에 취하거나 성적 광란에 빠져 썼다는 음탕한 내용이 담긴 편지 50통을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피쿠로스 철학은 500년 동안 세계 각지에 영향력을 미쳤다. 거의 대부분은 사실과 달랐던 모양이다.
Epicurean : 쾌락 추구에 몰두하는, 안일을 좋아하고, 감각적이고, 탐욕스러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이런 의미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단어 중간에 ‘cure’라는 철자가 아주 절묘해 보인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주의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 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이다. 원인 모를 우울증과 욕망의 충동을 해석하도록 도와주고, 행복을 추구할 때 그릇된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돌보아 주는 것이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철학의 임무이자 핵심이다. 에피쿠로스는 큰 집도 없었고 포도주 대신 물을 주로 마셨다고 한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행복의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우정
2. 자유
3. 사색
“만약 우리에게 돈은 있는데 친구와 자유, 사색하는 삶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고, 비록 부는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친구와 자유, 사색을 누린다면 우리는 결코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또 돈, 질병, 죽음 및 초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분석하는 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일어날 시점에 아무 문제도 야기하지 않을 어떤 일을 두고 미리 걱정하는 것은 부질 없는 짓”, 이라고 주장했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행복은 심리적 재산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지, 물질적인 결과물과는 상대적으로 관계가 적다는 것이다.
에피쿠로스 철학에 백 퍼센트 동의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철학적 사유를 통해 마음의 평정을 얻고 욕심을 버리고 참된 자아를 찾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