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7, 2017

이방인, 소크라테스

알베르 카뮈 작(作)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 한 명을 총살한 혐의로 기소된다. 엄마를 양로원에 보낸 것, 엄마 시신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 것, 엄마 죽음을 무관심하게 대한 것, 엄마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 장례식을 치르고 여자와 해수욕을 간 것, 여자와 영화를 본 것 등이 살인죄에 더해져 사형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뫼르소는 쏟아지는 심문과 증언에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고, 모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도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70세 즈음에 아테네 시민, 시인 멜레토스, 정치인 아니토스, 웅변가 리콘 등으로부터 괴상하고 사악한 인간이라고 비난 받았다. 그들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신들을 숭배하지 않았고, 사회적 기틀을 깨뜨렸으며, 젊은이들이 아버지에게 대들도록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런 이유로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배심원 판결을 통해 사형을 선고 받았다. 

뫼르소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다수 생각과 달랐다는 이유로 공히 비난 받았고, 비전문가 집단인 배심원 결정에 따라 사형을 선고 받았다. 또한 자신의 죽음 앞에서 초연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나는 커피를 마셨다. 그러자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시신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좋을지 어떨지 몰라 망설였다. 생각해 보니, 조금도 꺼릴 이유는 없었다. 나는 문지기에게 담배 한 대를 권하고, 둘이서 함께 피웠다.

“장의사에서 조금 전부터 사람들이 와 있습니다. 와서 관을 닫으라고 해야겠는데, 그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어머님을 보시겠습니까?” 나는 안 보겠다고 말했다.

~ <<이방인>> 중에서 

뫼르소의 생각과 행동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다. 우리는 뫼르소가 괴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다고 그를 나무랄지 모른다. 
법정에서는 위와 같은 행동이 중요한 쟁점이 된다. 판사도, 검사도, 배심원도 정작 살인 자체와 그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기울인다. 검사는 이런 그의 비상식적 행동을 종합해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살인 자체보다 엄마 죽음 앞에서 그가 행한 일련의 행동이 중요한 유죄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급기야 변호사가 외친다. 

“도대체 피고는 어머니를 매장한 것으로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살인을 한 것으로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

때때로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로막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니 도대체 누가 피고입니까? 피고라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내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생각해 보면, 할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었다. 

~ <<이방인> 중에서 

뫼르소는 피고인으로서 자신을 철저히 방어하지 않는다. 자기 재판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따돌림 당했다. 뫼르소는 살인자라기 보다 파렴치한 죄인이 되버렸다. 뫼르소는 살인 동기를 묻는 판사 질문에 ‘태양 때문이었다.’, 라고 말한다. 이 말로 인해 그는 배심원에게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나 뫼르소는 여전히 재판에 관심을 두지 않고 마침내 사형을 선고 받는다. 

세계가 그렇게도 나와 닮아서 마침내는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덜 외롭게 느껴지도록,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 <<이방인>> 중에서  

삶과 죽음 안에서, 부조리한 세상에서 이방인이 된 뫼르소의 소망은 역설적이다. 재판에서는 전혀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던 뫼르소가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방인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 모양이다. 



소크라테스는 배심원 500명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숨을 쉬는 한, 그리고 지적 능력을 잃지 않는 한, 철학을 가르치고, 사람들을 훈계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진리를 명료하게 밝히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오. 그대들이 나를 무죄로 하든 말든, 나는 나 자신의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그대들은 알게 될 것이오, 일백 번을 더 고쳐 죽는다고 해도 말이오."

~ <<변명>> 중에서 

소크라테스는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상식을 의심했기 때문에 비난 받았고, 결국 독미나리가 든 독배를 마시고 죽음을 맞았다. 위대한 철학자가 비전문가 집단인 배심원 500명의 다수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다수 의견이라 할지라도 철저히 검증되지 않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누구도 틀릴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논리적으로 검증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 받는 관념이나 사상, 생각이라 할지라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관습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저런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저 다수 의견에 맹목적으로 따르고, 깊이 사유하지 않고, 고유한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일들을 게을리 해왔소. 돈을 버는 일, 재산을 관리하는 일, 군대나 일반 시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거나 권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일, 아니면 오늘날 여러 도시에서 조직된 정치적 모임이나 정당에 가입하는 일 등이 그것이오. …… 나는 그들 모두가 정신적, 도덕적 행복보다 실용적 이점을 앞세우지 않도록 설득하려고 노력해 왔소.

~ <<변명>> 중에서 

이방인 뫼르소처럼 소크라테스 역시 일반적인 삶을 살지 않았다. 이것이 죄라면 죄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철학을 부정함으로써 재판에서 사형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무려 B.C 399년에 70살까지 살았으니, 천명을 누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소크라테스는 다수 의견, 오랜 관념을 맹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테네 시민을 깨우치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 소크라테스는 오직 진실만을 원했을 뿐이다.  

누구든 이방인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이방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다수 생각을 비판없이 맹신하는 것이 이방인이 되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검증된 진실 앞에서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말 것을 가르친다.   
다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오직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Featured post

저탄고지에서 벗어나기: 닥터쓰*의 거짓말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서 1961년부터 2011년까지 50년 동안 전 세계 식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를 했다.  그 중 우리나라 자료만 간략히 정리해 본다. 모든 자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혀둔다. 일일 섭취 칼로리 대폭 증가...

Popu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