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 2017

정도전

1398년(태조 7년) 8월 26일, 정도전이 죽었다. 
훗날 태종이 되는 이방원에게 정도전이 죽임을 당했다.

조존(操存), 성찰(省察) 두 가지에 공력을 다 기울여서책에 담긴 성현의 참 교훈을 저버리지 않고 떳떳이 살아왔소삼십 년 긴 세월 온갖 고난 다 겪으면서 쉬지 않고 이룩한 공업(功業)송현 정자에서 한잔 술 나누는 새 다 허사가 되었구나. 

~ 삼봉집

훗날 태종 이방원은 자신이 죽인 정몽주를 영의정으로 올려 충신으로 복권했으나,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창업하고 자신을 왕자가 되게 해준 정도전을 만고역적으로 기록했다. 
조선 건국에 반대하고 고려를 배신하지 않아서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정몽주는 충신이요, 조선 건국에 혁혁한 공을 세운, 고려를 배신한 정도전은 역적으로 몰렸으니 이토록 인생무상이 또 있을까. 
정도전은 조선 말기 대원군 때 복권되었다. 

조선에서 도덕정치, 의리정치를 이룩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도전의 꿈이었다. 
1375년(우왕 1년)에 정도전은 귀양을 떠나 나주에서 약 10여 년을 살게 된다. 거기서 그는 민초들과 함께 살면서 민본주의에 대한 정치적 야심을 그리게 된다. 
정도전의 민본정치는 그가 1394년에 완성한 <조선경국전>에 잘 나타나 있다. 

인군(仁君)의 지위는 존귀한 것이다. 그러나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민은 지극히 많다. 만일 천하 만민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 생긴다. 민(民)은 지극히 약한 존재이지만 폭력으로 협박해서는 안 된다. 민은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들이지만 꾀로써 속여서는 안 된다. 민심을 얻으면 민은 군주에게 복종하지만 민심을 얻지 못하면 민은 군주를 버린다. 민이 인군에게 복종하고 인군을 버리는 데는 털끝만큼의 차이밖에 없다. 그러나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사심을 품고서 구차하게 해서도 안 되고 도를 어기어 명예를 구해서도 안 된다. 그 얻는 방법은 역시 인(仁)으로써만 해야 한다. 인군은 천지가 만물을 생성시키는 마음씨를 자기의 마음씨로 가지고 차마 함부로 할 수 없는 마음씨로써 정치를 해야 한다. 

조선 창업 11일 후 포고문이 발표되었는데, <태조실록>에 의하면 작성자는 정도전이었다. 민본주의 대원칙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늘이 백성을 내면서 통치자를 세우는 것은 백성이 잘 살도록 보살펴주고 편안하게 다스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의 도리를 잘하고 못하는 데 따라 인심이 따르기도 하고 배반하기도 하는 것으로서 하늘의 의사가 가고 오고 하는 것도 다 여기에 달렸다. 이것이 정상적인 이치인 것이다. 

민본(民本), 국민이 주인이다. 정도전이 꿈꾼 조선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600년 전 정도전의 사상을 오늘 그대로 가져온다 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을 것이다. 국민 아래 있는 대통령, 국민을 우러러 보는 대통령,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대통령
대통령은 국민의 어버이가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뿐이다. 그 권력으로 국민을 억누를 수 없고, 그 권력으로 국민을 아프게 할 수 없으며, 그 권력으로 국민을 짓밟을 수 없는 것이다. 
통치는 거룩한 것이지만 만인을 위해 낮은 자리에서 행해야 한다. 그것이 민본이다. 

대통령은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절대 군주가 아니다. 신은 더욱 아니다. 그저 국민의 심부름꾼일 뿐이다. 
국민없이 대통령이 있으랴! 국민은 대통령의 어버이이며 존재 이유다. 그런 국민을 부리려하는 것은 용서 받지 못할 일이다. 

시대를 앞선다는 것이 이렇듯 힘든 것인가 보다. 정도전이 그랬고 노무현이 그랬다.
오늘 그분이 가신 지 어언 8년이 되는 날!

세월의 무심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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