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있었다.
김상조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들고 온 가방이 종일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됐다.
[이미지 출처 : 민중의 소리 웹페이지]
가방을 보니 최소 10년 이상은 사용한 것 같고, 가방 값을 몇 번은 뽑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대학교 학사, 석사, 박사 출신이고 대학교수를 오래 했기 때문에 좋은 가방 하나 사는 게 흠일 리 없었을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 가방인지 모르겠으나 가방에 이분 성품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하다. 이분이 살아온 수십 년 발자취가 그대로 가방에 녹아든 것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한 황소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 지식인의 깊은 고뇌가 무거운 납처럼 덮여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사람으로 치면 평생 책 속에 파묻혀 살다가 백발이 된, 참 곱게 늙은 분 같다.
가방을 열면 낙엽이 타는 냄새가 날 것 같기도 하고 헌책방 먼지 냄새가 올라올 것 같기도 하며,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서류뭉치가 나올 것 같기도 하다.
품성이 가방을 말해 주지는 못 해도, 가방이 품성을 말해 줄 수는 있을 듯하다. 낡은 것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 품성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방 하나만 보더라도 후보자 내공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청바지에 검정색 터틀넥 셔츠를 입던 스티브 잡스가, 수수한 복장을 하는 독일 메르켈 총리가, 해진 코트를 입은 채 비행기에서 내리던 권양숙 여사가 생각났다. 연간 의상비로 수천만 원을 썼다는 그녀도 생각났다.
후보자가 아주 비싼 명품 가방을 가지고 나왔더라면 언론은, 청문위원은 뭐라고 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는 얼만큼 다를까? 내가 생각하는 상대와 그 상대가 생각하는 자기 자신은 또 얼만큼 다를까?
우리가 상대를 평가할 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 있는 그대로 볼 줄을 알기는 하는 것일까?
우리 마음대로 정한 잣대 속에 상대를 가두고 강제로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손잡이가 심하게 낡은 것은 당연할 터였다.
이분 걸음걸이마다 저 가방이 함께 했을 것이고, 들고 날 때 늘 저 가방이 함께 했을 것이다. 가방을 보니 가방 무게와 더불어 이분 가슴속 무게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