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 2023

급성담낭염 수술 후기: 참지 말고 빨리 병원 가자

급성담낭염 수술 후기

급성담낭염으로 입원한 25일 동안 병원 생활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유사한 증상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참고하셔서 조금이나마 치료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담낭염은 대단한 질병은 아닙니다만 모든 병이 그렇듯, 치료 시기를 놓친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겪은 담낭염의 주요 증상은 명치에서 우측 옆구리 인근까지 이어지는 통증입니다. 많이 아픕니다. 앉아 있다가 눕기 힘들 만큼, 누워 있다가 앉기 힘들 만큼 아픕니다. 

입원 전 집에서 일주일 동안 외출을 못했고 소파에 앉아서 잠을 잤습니다. 입맛도 완전히 사라져 거의 먹지를 못했습니다. 


- 입원: 2022년 12월 16일

- 수술: 2022년 12월 20일

- 1차 ERCP: 2022년 12월 23일

- 2차 ERCP: 2023년 1월 6일


참을 수 없는 복통을 일주일 동안 참다

작년 12월 갑작스런 복통으로 거의 일주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러다 말겠지, 이러다 말겠지 하면서 일주일을 버티다가 더 참을 수 없어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응급실에서 이런저런 검사 및 CT 촬영을 통해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주치의 선생님께서 상태가 매우 심하다고 하셨고, 당일 바로 응급으로 입원했습니다. 


극강의 고통! 영상의학과 시술을 받다

입원 당일 병실을 배정 받고 잠시 쉰 뒤, 영상의학과 협진을 통해 우측 옆구리 부근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담낭으로 관을 직접 삽입해서 고인 담즙을 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시술입니다. 

시술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매우 아픕니다. 정말 죽을 듯이 아픕니다. 왜 안 아프겠습니까? 생살에 그냥 관을 꽂는 시술이니 아플 수밖에 없겠죠. 

시술하시는 의사 선생님께서 "세 번에 나워 관을 밀어넣을 거예요" 라고 하시더니 배액관을 옆구리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첫 번째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나 두 번째, 세 번째는 정말 미치도록 아프더군요. 순식간에 전신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시술 후 병실로 돌아와 마약성 진통제를 맞으니 서서히 통증이 가시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습니다. 25일 입원 기간 동안 겪은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 

배액관을 통해 시커먼 액체가 흘러 나왔습니다. 투명한 연두색이 정상인데 아주 오래된 장독대 안 고추장 같은 시커먼 액체가 나왔습니다. 

이틀 정도 지나니 배출되는 액체 양도 많이 줄었고, 색깔도 정상 색깔에 가깝게 되더군요. 


수술에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까지

입원 5일째 되는 날 오후에 수술을 하였습니다. 일반적인 담낭이 풍선이라면 당시 제 담낭은 무화과 같다고 주치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염증이 심해서 살짝 손만 대도 터질 수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담낭절제술은 맹장수술만큼 간단한 수술이라고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술을 앞두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수술 전날 저녁에 마취과 선생님께서 제 침대로 오셨는데 폐가 약간 쪼그라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매우 놀랐는데, 흔히 있는 일이고 수술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담낭염이 매우 심해서 약간 복수가 찼고 복수 때문에 폐가 밀려서 엑스레이에 쪼그라들게 나왔다고 나중에 퇴원 후 호흡기내과 진료에서 들었습니다. 수술 후 찍은 CT 사진을 보여 주면서 현재는 아무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며칠 동안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오후 2시 30분에 병실에서 수술실로 출발하여 4시 30분경에 다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됐네요. 수술방 침대에 누워 무서워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눈을 뜨라고 하셨고 곧 ""마취합니다" 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바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누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순식간에 수술은 끝났고 저는 회복실에 있었습니다. 그냥 한숨 깊이 자고 일어난 정도 기분이었습니다. 

수술 당일, 큰 문제없이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좌측 옆구리 부근에 통증이 매우 심했습니다. 수술 전에는 명치부터 우측으로 통증이 심했는데 수술을 하고 나니 갑자기 없던 좌측 통증이 생긴 것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지 말이죠. 그렇게 며칠을 좌측 옆구리가 아팠습니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름이 너무 어려운데 간단히 말하자면 담관, 췌관을 보고 시술하는 내시경입니다. 

입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여 위를 지나 십이지장까지 가는 모양입니다. 그 부근에서 담관으로 가서 필요한 시술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담즙 흐름이 좋지 않아서 담관에 카테터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아마 염증이 심해서 담관 일부에도 손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큰일날 뻔 한 거였죠. 


ERCP는 위험하고 까다로운 내시경입니다. 수면 마취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위/대장내시경은 모로 누워서 받지만 ERCP는 엎드린 채 받습니다. 목구멍 마취를 하고, 엎드리면 자동차 안전벨트 같은 것으로 머리를 꽉 조입니다. 혹시라도 움직이다가 담관이나 췌관 쪽에 상처가 나면 큰일나기 때문에 머리를 단단히 고정합니다. 이때는 수면 마취 전이기 때문에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그 상태에서 수면 주사를 맞고 대략 30분 정도 내시경 시술을 받았습니다. 2주에 걸쳐 두 번 받았습니다. 워낙 까다로운 내시경이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높아요. 저도 첫 번째 내시경은 실패했습니다. 고생만 하고 성과는 없었죠. 2주 뒤 다시 시술을 했고 다행히 잘 마쳤습니다. 

ERCP 시술을 무사히 마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추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습니다. 워낙 염증이 심해서 말이죠. 수술 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주일이나 참았던 것이 큰 화근이었습니다.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데 말이죠. 


ERCP 후 10일 정도 지나 드디어 입원 25일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ERCP로 담관 내 카테터를 삽입해 두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이를 제거해야 합니다. 다행히 제거는 위내시경으로 합니다. 그래서 비교적 간단하게 제거가 가능하죠. 저도 퇴원 후 약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위내시경으로 간단히 카테터를 제거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되나: 수술 후 건강 관리

수술 후에 특별한 관리는 없습니다. 한두 달 정도까지는 먹는 음식을 조심하면 됩니다. 저는 담낭을 떼기 전후에 별 차이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소화도 잘 되고 기타 통증이나 부작용은 없습니다. 아마 담낭제거술을 한 사람 대부분이 별 탈 없이 지낼 것입니다. 


담낭염은 담석으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2020년 12월 복부초음파에서 담석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당시 담석이 매우 작아서 추후 경과를 보자는 정도였습니다. 중간중간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제가 제 몸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담석은 살이 찌거나, 지방질 음식을 많이 섭취하거나, 급격한 다이어트를 할 때 잘 생기는 듯합니다. 무증상 담석은 경과를 보는 게 프로토콜이라고 합니다. 담석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게 좋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Featured post

저탄고지에서 벗어나기: 닥터쓰*의 거짓말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서 1961년부터 2011년까지 50년 동안 전 세계 식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를 했다.  그 중 우리나라 자료만 간략히 정리해 본다. 모든 자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혀둔다. 일일 섭취 칼로리 대폭 증가...

Popu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