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초 언니는 민주주의를 위해 한평생 몸바친 투사다.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 하에서 그녀는 오직 독재 타도, 민주주의 쟁취라는 명분으로 몸을 불살랐다.
작사 서명숙 씨는 순전히 최순실 ‘그 여자’ 때문에 이 책을 냈다고 한다. 최순실이 특검에 출두하면서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라고 말한 것 때문에 말이다. 서명숙 씨와 동시대를 살면서 박정희 독재 정권에 저항한 사람들이 볼 때 최순실 같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는 것이 얼마나 같잖았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최순실 따위가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최순실 같은 사람이 법대로 처벌 받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 국가는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누리고 양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나라다. 우리보다 조금 먼저 사신 분들은 한때 말과 행동, 생각까지 통제 받고 살았다.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는 것이다. 국가가, 사회가 특정 틀에 개인을 가두면 안 된다. 개인도 다른 개인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 즉, 이해와 설득으로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느리고 어렵다.
책을 읽는 내내 고통이 가슴을 찔렀고 책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양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무릇 하찮은 듯하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다른 철학, 사상, 가치관을 강요한다면 그 고통은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치나 국가에 한정되어 적용되는 가치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숨 쉬는 모든 곳에서, 인간으로 사는 평생 동안 우리와 함께 할 가치다.
그래도 우리가 이만큼 민주주의를 누리는 것은 영초 언니와 같은 분들이 희생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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