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는 감성적이다', 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슨 감성? 감성적이라고 해도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이 나는 더 좋다.
예전에 어떤 배우가 TV에서 자기는 디지털이 싫어서 아직도 손 편지를 쓴다고 하는 걸 본 적 있다. 손 편지를 쓰든, 이메일을 쓰든 그분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디지털은 메말랐고 손 편지는 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손 편지든, 이메일이든 그 내용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필요하다면 더 효율적인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수고스럽고 번거로운 것은 정성이 있는 것이고, 이메일로 보내면 정성이 부족한 것인지. 그때 그분은 아직 스마트폰을 안 쓰고 파발이나 봉화를 쓰는지 모르겠다. 그런 뉴스를 본 적 없으니 그분도 아마 스마트폰을 쓰는 듯하다.
신용카드, 비행기, 자동차, 스마트 폰 등 디지털 없이 굴러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종이 책도 디지털로 빚어진 결과물일 뿐이다. 옛것을 보면 향수를 느끼고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굳이 디지털이 싫다고 표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본인이 그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잘 모른다고 해서 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사실 위 글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몇 가지를 소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아래 여섯 가지는 내게 반드시 필요한, 매일 사용하는 생산성 도구이다. 물론 대체 가능한 다른 도구도 많이 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정착한 앱이다.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은 딱 백 권이다. 현재 백 권째 책을 읽는 중이다. 백 권 중 두세 권을 제외하고 전부 전자책으로 읽었다. 읽고 싶은데 전자책으로 나와 있지 않은 것만 종이 책을 사서 읽었다. 전자책에 적응되어 이제 종이 책은 읽기가 싫다. 무겁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이백 권을 읽을 목표를 세웠는데 전자책이 큰 도움이 됐다. 전자책을 읽으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독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늘 휴대하기 때문에 장소불문 독서가 가능하다. 이는 가장 큰 장점이다. 책을 더 많이, 더 자주, 더 빨리 읽으려면 전자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동차 대시보드 위 휴대전화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걸어 놓고 출퇴근길에 독서를 하면 차가 막혀도 짜증나지 않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론 차가 달릴 때는 읽을 수도 없고 읽어서도 안된다. 차가 서행하거나 신호 대기 중일 때 짬짬이 독서를 해도 상당한 양을 읽을 수 있다.
휴대가 편하다.
스마트폰 메모리가 허락하는 한 몇백, 몇천 권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메모리가 부족하다면 불필요한 책은 지우면 된다. 나중에 얼마든지 다시 다운 받을 수 있다. 책을 로컬 메모리에 다운 받기 때문에 읽을 때 전파가 필요 없다. 집에 책을 쌓아둘 필요가 없는 것 역시 아주 큰 장점이다. 백 권이라고 해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모든 장치에 동기화 된다.
맥, 아이폰, PC, 태블릿 등 모든 전자 장치에서 동기화가 되므로 이 장치에서 저 장치로, 저 장치에서 이 장치로 필요할 때마다 옮겨 읽을 수 있다. 책상에서 맥으로 읽다가 화장실 가서 아이폰으로 이어서 읽을 수 있다. 집에서 맥으로 읽다가 커피샵 가서 아이폰으로 이어서 읽을 수 있다. 그 반대도 당연히 가능하다. 물론 종이 책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전자책 대비 불편하다.
화면 최적화
전자책은 해당 장치 화면에 자동으로 최적화되기 때문에 종이 책보다 훨씬 보기 편하다. 자기는 노안이라 전자책은 못 본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틀린 말이다. 글자 크기 조절도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크기가 고정된 종이 책보다 훨씬 보기가 좋다.
메모 및 검색 용이
메모하기 편하고 필요한 내용은 캡처해서 보관할 수 있다.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 중 하나다.
사자마자 바로 읽을 수 있다.
번거롭게 서점에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다.
가격이 저렴하다.
종이 책 대비 약 30% 정도 저렴하다. 책을 많이 읽는다면 이 금액을 무시 못 한다.
모든 자료를 에버노트에 정리한다. 정리하기 편하고 찾기 편하다. 늘 액세스가 가능하다.
신용카드, 보안카드도 에버노트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찾아 본다. 위험하지 않냐고 하는데, 내 생각엔 신용카드, 보안카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이 천만 배는 더 위험하다.
이력서 관리에 최적이다.
프로젝트 관리에 최적이다.
개별 노트를 링크로 연결하면 아주 편리하다.
자료 분산, 파편화를 피할 수 있다.
검색이 용이하다. 'cmd + J' 검색은 정말 편하고 빠르다.
에버노트는 아주 간단한 메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 동네 목욕탕에 가는데 정장을 입고 갈 필요는 없다. 간단한 메모는 다른 앱을 쓰는 게 좋다.(
구글 킵, 아이폰 기본 메모 앱 등)
모든 할 일은 여기에 정리한다. 할 일이 생각나면 일단 분더리스트에 적는다. 그리고 해야 할 날짜를 맞춰 두면 끝. 뇌를 비울 수 있다.
매주, 매월, 매년 반복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복 설정이 가능하다. 최초 한 번만 설정하면 해당 날짜에 맞춰 오늘 할 일에 나타난다.
간단한 메모가 가능하다. 굳이 다른 앱을 쓸 필요없이 분더리스트에서 메모할 수 있다.
할 일 외에도 다양한 리스트를 만들 때 좋다. 예를 들어 점심 메뉴, 맛집 정리, 읽을 책, 살 것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파일 첨부가 가능하고 공유 및 태그도 가능하다.
모든 일정은 여기에 기록한다. 종이 달력은 안 쓴다.
모든 캘린더 앱은 기본적으로 구글 캘린더를 지원한다. 필요에 따라, 본인이 좋아하는 앱을 쓰면 된다. 웹 버전도 충분히 편리하다.
매주, 매월, 매년 반복해야 할 일정이 있다면 반복 설정이 가능하다. (예. 카드 결제일, 생일 등)
대략 지난 10년 동안 모든 일정이 구글 캘린더에 기록되어 있다. 물론 지난 일정을 찾아보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도 가끔 예전 일정을 찾아 보면서 흐뭇해 할 때가 있다. 종이 달력에 볼펜으로 적는 것보다 깔끔하고 보기 편하고 수정하기 좋기 때문에 쓴다. 종이 캘린더에 삐뚤삐뚤 쓴 것은 보기 흉하다. 고치려면 줄을 그어야 한다. 보기 싫다. 무엇보다 종이 달력은 그 달력에서 벗어나면 볼 수가 없다. 아니면 종이 달력을 항상 지니고 다닐 수밖에.
파일 백업용이며 간단한 문서 작업용이다.
파일 대부분은 에버노트에서 관리하지만 혹시 몰라서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한다. 자동으로 백업되니 불편하거나 번거롭지 않다.
무엇보다 사진 저장용으로 최고다.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은 전부 자동으로 백업된다. 이거 하나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고화질 저장'으로 설정하면 비용 없이 무제한 저장이 가능하다.
카톡,
슬랙 등이 있지만 그래도 이메일 커뮤니케이션만 한 건 없다. 진득이 고민해서 한 줄 한 줄 쓴 메일이 좋다.
메신저는 너무 즉흥적이다. 생각을 정리해서 얘기를 나누기 어렵다. 가벼운 얘기라면 메신저를 쓰면 되지만, 깊이가 있는 얘기, 업무에 관련된 내용은 메일로 나누는 것이 정석이다.
메신저는 상대방에게 ‘빨리 대답해줘’ 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생각할 시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 예의다.
메신저로 상대방 업무를 방해하지 마시라.
적고 보니 리디북스와 에버노트만 유료로 사용 중이고 나머지는 전부 무료로 쓰고 있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본인 편한 대로 쓰면 된다.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없다.